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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엔 지사제, 급체엔 소화제?... 여행 상비약 어떻게 준비할까

장마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은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덥고 습한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현지의 낯선 물과 얼음, 충분히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 위생 관리가 일정하지 않은 길거리 음식으로 인해 설사와 복통을 동반한 배탈이나 장염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낯선 음식이나 과식으로 더부룩함, 명치 불편감, 급체와 같은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설사를 동반한 배탈과 더부룩함·체한 느낌이 나타나는 소화불량·급체는 모두 여행 중 흔히 겪을 수 있지만, 필요한 대처법은 서로 다르다.

문제는 설사가 주된 증상인지, 더부룩함이나 체한 느낌이 중심인 소화불량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 아무 약이나 복용하는 것이다. 특히 혈변이나 발열을 동반한 감염성 설사에 로페라미드와 같은 장운동 억제제를 임의로 사용하면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적절한 치료를 늦출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외여행지에서는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만큼, 출발 전 증상에 맞는 지사제와 소화제를 구분해 상비약으로 준비하고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창 약사(월성사랑약국)의 도움말로 여름 휴가철, 특히 동남아시아 등 해외여행지에서 설사·복통·급체가 잦아지는 이유와 상황에 따른 지사제·소화제 선택법, 복용 시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오염된 물·얼음·길거리 음식... 동남아 여행지에서 배탈 잦은 이유
동남아 등 해외여행지에서 흔히 겪는 배탈의 대표 원인은 이른바 '물갈이'로 불리는 현지 물과 얼음이다. 국내와 다른 수질 관리 기준, 상온에 노출된 얼음, 충분히 세척하지 않은 채소나 과일, 위생 관리가 일정하지 않은 길거리 노점 음식 등을 통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식중독균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익히지 않은 해산물이나 껍질째 먹는 과일,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여행자 사이에서 감염성 설사의 흔한 매개로 꼽힌다.

이렇게 세균에 노출되면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세균성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동창 약사는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 대장균 같은 세균이 원인일 때는 덜 익힌 고기나 해산물, 위생이 불량한 음식이 매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장 점막 염증으로 열이 오르고 배가 아프며 심하면 피가 섞인 변을 볼 수도 있어 회복까지 일주일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균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약사는 "노로바이러스는 갑자기 토하고 물설사를 반복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접촉을 통한 전염성이 강해, 동행자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증상을 보인다면 감염성 설사를 의심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여행 중 갑작스러운 설사, 흡착성 지사제가 우선인 이유
원인이 다른 두 가지 설사를 여행지에서 초기에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증상만 보고 장운동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감염성 설사인데 단순 배탈로 착각해 장운동 억제제를 먹으면 유해균과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장 안에 머물며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창 약사는 "지사제는 작용 방식에 따라 흡착성 지사제, 장운동 억제제, 복합 성분 제제, 생약 성분 제제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같은 흡착성 성분은 장 속 세균, 바이러스, 독소를 붙잡아 배출하고 손상된 장 점막을 보호하면서도, 장운동 자체는 억제하지 않아 원인이 불분명한 여행 중 급성 설사에 우선적으로 권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아 전신 부작용 부담이 적은 만큼 고령자도 비교적 안심하고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로페라마이드 성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약사는 "로페라마이드는 지나치게 활발해진 장운동을 눌러 설사 빈도를 줄이고 수분과 전해질이 다시 흡수되도록 돕는 성분으로, 긴 이동 시간이나 놓칠 수 없는 일정을 앞두고 물설사를 급히 진정시켜야 할 때 유용하다. 다만 열이나 혈변을 동반한 세균성 설사라면 원인균과 독소가 장 안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어 무턱대고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음식으로 과식했다면... 소화효소 성분부터 확인해야
여행 중에는 설사를 동반한 배탈뿐 아니라 소화불량이나 급체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소화불량이나 급체는 평소 먹지 않던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먹거나 불규칙한 시간에 식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과식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 위주로 배부르게 먹었거나 이것저것 골고루 먹고 체했다면, 더부룩함·명치 통증·메스꺼움·가스 참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동창 약사는 "디아스타제는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프로테아제는 육류·생선·달걀 등 단백질을, 셀룰라제는 채소나 나물 속 섬유질을 분해해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었을 때의 소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 증상이 두드러진다면 장 내 기포를 물리적으로 배출하는 시메티콘이 함유된 제품을 선택하면 복부 팽만감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름진 현지식·야식으로 체했다면... 리파아제 함량 높은 제품이 효과적
반면 삼겹살, 스테이크, 튀김처럼 기름지고 육류 위주인 현지식이나 야식을 먹고 체했을 때는 접근이 달라야 한다. 지방은 물에 잘 녹지 않아 담즙이 먼저 지방을 잘게 유화시킨 뒤에야 소화효소가 분해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탄수화물 위주 식사보다 소화에 시간이 더 걸리고, 위에서의 배출이 지연되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이동창 약사는 "튀김이나 볶음 요리처럼 기름진 음식은 지방을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라이드로 분해하는 리파아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기름진 현지식이나 고기 위주의 야식을 많이 먹은 뒤에는 일반 소화제보다 리파아제 함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함 완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UDCA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면 지방의 유화와 흡수를 돕는 데 보조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채로운 음식 접하는 여행지, 다층정 소화제가 효율적
문제는 여행 중에는 그날그날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게 될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위와 장에서 각각 다른 성분이 순차적으로 방출되도록 설계된 다층정 형태의 소화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동창 약사는 "소화효소는 저마다 최적 산도(pH)가 달라, 위와 장에서 순차적으로 다른 성분이 방출되도록 설계된 다층정 제형은 효소 활성을 보다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 중처럼 음식 종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러 소화효소를 한 번에 보충할 수 있는 복합 소화제를 미리 준비해 두면 실용적이다.

지사제·소화제 복용 시 주의할 점
지사제와 소화제를 함께 챙기더라도 올바른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증상을 키울 수 있다. 이동창 약사는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흡착력이 강해 항생제나 혈압약 같은 다른 약 성분까지 흡착할 수 있으므로, 다른 약을 복용 중이라면 두 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따로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가 멈춘 뒤에도 습관적으로 계속 복용하면 변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배변 횟수가 하루 한두 번으로 줄고 변 형태가 정상에 가까워지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지사제는 이미 빠져나간 수분을 채워주지 않으므로, 생수나 이온음료로 수분과 전해질을 꾸준히 보충해야 한다.

소화제 역시 증상이 있을 때만 필요한 만큼만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름진 현지식이나 과식으로 인한 일시적인 소화불량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더부룩함이나 속 쓰림이 계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소화제로 넘기기보다 위염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만 39℃ 이상의 고열, 혈변이나 검은색 변, 심한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설사가 3일 이상 이어지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반복되는 구토로 물조차 마시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가 치료를 멈추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임산부와 영유아, 고령자는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조기에 진료받는 것이 안전하다.

배탈(감염성 설사)과 급체(소화불량)는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필요한 성분도 다르고, 약 선택도 달라야 한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흡착성 지사제와 소화효소제를 미리 챙겨 두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상황에 맞는 약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고열·혈변·지속적인 구토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여행 중 장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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